“3% 인생 끝장내자”…30년이 지난 지금
31년 전 6월 이맘때, 서울과 부산 지하철노조, 철도 기관사로 구성된 전국기관차협의회는 일주 일여 간 전국을 뒤흔든 공동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기협에 대한 정부의 폭력적 침탈이 총파업의 도화선이 되었는데, 서울과 부산 지하철노조의 핵심 요구는 ‘정부 임금가이드라인 철폐’였다. 당 시 정부는 임금가이드라인 정책으로 공공부문의 임금인상을 강하게 찍어 눌렀는데, 민간기업은 물론 공무원보다도 훨씬 밑도는 처지에 놓인 공 공부문 노동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당시 지 하철노조 집회에 내걸린 ‘3% 인생 끝장내자’라는 대형 펼침막은 선배 노동자들의 심정을 절박하게 드러낸 격문이었다. 정부의 임금정책은 1990년대 초 임금가인드라인(기본급 통제), 1995년 총액임 금 가이드라인 시행(기본급과 수당·상여금 인상 총액 관리) 등을 거쳐 2008년부터 인건비와 급여 성 복리후생비 전반을 묶어 통제하는 ‘총인건비’ 제도로 변모해왔다. 총인건비제는 30년 이상 지속된 “공공기관 임금억제의 완성판”이라 일컬어 진다.
ILO까지 나선 한국의 ‘총인건비제’
‘총인건비제 개선’이 노정 갈등의 초점이자 공 공부문 노동계의 숙원 과제가 된 지 오래지만 끄 떡도 하지 않았다. 법률도 아닌 행정규칙 수준의 총인건비제가 이토록 막강한 구속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뭘까. 매년 정부(기재부)가 내려보내는 촘촘한 예산운용지침 못지않게 경영평가·감사 등 사후통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총인건비 예산을 초과 집행하면 다음 해 예산 삭감은 물론 ‘경영평가 감점-평가급 대폭 하락’으로 패널티를 주는 식이다. 단협도 노사합의도 무용지물이다. 작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총인건비 초과분 1443 억원 감액이나 코레일에 가한 성과급 지급 기준 하향 조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니 총인건 비제가 공공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무력화시 키는 원흉으로 손꼽힌다. 공공부문 노조들이 이 를 두고 ILO에 여러 차례 제소하기도 했다, 이에 ILO는 지난 2023년 한국 정부에 ‘(공공부문)노조 가 참여하는 협의 구조를 제도화하라’고 권고했 지만 소귀에 경읽기였다.
매년 반복되는 ‘임금삭감’ 탄식
지하철과 같이 행안부가 정한 ‘예산편성기준’을 적용받는 지방공기업도 매한가지다. 비근한 사례 로 통상임금 소송에 얽힌 임금 개편 문제가 꼽힌 다. 행안부는 ‘2024년 이후부터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 승소금을 총인건비 내에서 지급’ 하라는 지침을 시달했다. 노사는 통상임금 항목 을 확대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합의했으나 법정수 당의 증가에 따른 인건비 재원 확보라는 부담을 매년 짊어지게 됐다. 부득불 연차보상 이월, 초과 수당 절감 등의 방편을 쓰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 결이 될 리 없다. 시간 외, 휴일, 야간 수당의 비중 이 높은 교대사업장의 특성을 아예 무시하고 총인건비제 틀에 구겨 넣다 보니 임금삭감이나 다 를 바 없는 불이익이 악순환처럼 이어진다. 작년 에도 임단협이 시작되자마자 받아 든 건 ‘임금 재 원 262억(정부 지침 2.5%)에 임금 개편 비용 230 억(법정수당 증가분)으로 90% 가까운 임금인상 분이 소진되었다’는 현실이었다. 이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진짜 임투는 이미 시작됐다
노동조합은 올해 총인건비제 개선을 핵심 과제 로 두고 있다. 새 정부의 공공부문 노동정책의 윤 곽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수십 년간 얽히고 쌓인 제도가 단번에 바꿔질 리는 없 을 것이다. 산적한 노동 현안에 치여 “나중에”로 밀릴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총인건비제 개정은 더는 뒤로 미룰 순 없다. 노동조합은 ▲법정 통상 임금 인정 항목 확대에 상응하는 총인건비 증액 ▲교대·교번 사업장 특성을 반영한 특례 인정(초 과수당의 총인건비 제외) 등을 핵심 요구로 삼고 있다. 물론 우리 노조만의 힘만으로 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4월 개최한 전국철도지하철노조의 국회 앞 공동집회, 대선 시기 각 정당과 맺은 정 책협약,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집회로 기 록될 6.21 공공부문노조 결의대회는 총인건비제 개선을 향한 과정이다. 험난하지만 물러서지 않 을 것이다. 지방공기업 최대 노조로서 앞장서 길 을 열고 도시철도 업종 대표노조로서 총력을 다 할 것이다. 진짜 임투는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