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9일 오전 1시 36분.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작업 중이던 이○○ 차장은 아직도 퇴근하지 못했다.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사측이나 서울시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단 한마디 사과조차 없다. ‘관계기관 조사가 진행 중’이니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변명만 이어진다. 서울교통공사의 실질 운영을 책임진 서울시도 외면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저들이 사과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아무것도 책임질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잘 짜여진 매뉴얼처럼 국내 굴지의 대형로펌이 사고 수습을 지휘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래 ‘서울교통공사 1호’ 사건으로 기록될 이 참사가 이렇게 덮일 일인가.
뉴스에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되는 산재 사망 소식에 ‘참 많이도 일하다 죽는구나’라고 안타까워했지 그게 우리 동료의 일이 되리라는 생각까지 가닿지 못했다. 게다가 감전사라니, 흔히 말하는 ‘후진국형 재해’다. 안전 매뉴얼과 공람 공문 서류는 산더미처럼 있지만, 그날 현실에선 단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고인의 과실과 부주의를 암시하는 말들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이런 썰들은 결국 산재를 예방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면죄부가 될 뿐이다 죽어야만 변하는 현실을 더는 반복해선 안 되지만 죽어도 변하지 않은 현실이라면 더욱 참혹하다.
이 비극을 묵인하고 잊는다면 안전대책은 또 그대로일 뿐이다. ‘따르지 않으면 네 책임’이고 ‘정신 바짝 차려 일하라’는 재래식 매뉴얼만 쏟아질 게 뻔하다. 그렇게 덮어놓은 위험은 역무,승무,기술,차량 어디든 가리지 않고 또 열리고 폭발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산재의 원인을 노동자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려는 시도를 묵과할 수 없다. 경영진은 무엇보다 강압적인 조직문화를 처절하게 성찰하고 무분별한 인력감축과 외주화 계획부터 멈춰야 한다. 십수 년 전 경영혁신이랍시고 자행한 똑같은 과오들이 숱한 노동재해와 안전사고를 낳았음을 돌이켜 볼 때다. 오늘, 중대재해 사고가 앞으로 계속될 불행의 신호탄이 되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