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인력, 무리한 업무지시가 부른 참변
인력감축 강행 중단, 관련 책임자 처벌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 지난 9일 전기실에서 작업 중 감전으로 조합원이 사망한 중대 재해가 발생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작업을 하다 발생한 사고라니 비통하기 그지없다. 일상 점검 외 업무에 부관리소장으로서 솔선해 일하다 벌어진 참변이었다는 점도 슬픔을 더 북받치게 한다.
■ 이번 사고는 서울교통공사 현장 곳곳이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유사 안전사고가 빈번했다는 사실도 알려지고 있다. 여러 업무를 분담하느라 2인1조 수칙이 지켜지지 못한 당시 정황도 드러났다. 부족 인력과 가중된 업무로 안전수칙이 사문화된 지 오래였던 것이다. 해당 작업에 대해 안전상 우려가 제기되었다는 증언이 나온 터라 쫓기듯 일을 하게 된 경위도 조사해야 한다. 상부의 무리한 독촉이 있었다는 지적이 사실이라면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 공사 안전관리에 사각지대가 널려 있었음을 더 일찍 깨닫고 시정하지 못한 점은 너무나 뼈아프다. 보여주기식 뒷북 대응에 부랴부랴 나서는 행태가 반복돼선 안 될 일이다. 늘 그러했듯 현장 전가식 문책과 꼬리자르기식 징계로 나아가선 더더욱 안 된다. 사후약방문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전 분야에 걸쳐 안전 관리가 온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후속 대책은 재발 방지에 있지 본보기식 처벌에 있는 것이 아니다.
■ 무엇보다 인력 효율화에 열을 올리는 경영혁신안부터 폐기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 재임 이후 불어 닥치고 있는 지하철 인력감축 외주화 확대 정책은 이번 사고와 같은 불행을 확대 재생산할 것이 뻔하다. 상왕십리 열차 추돌사고, 기관사 자살 사고,구의역 참사, 신당역 노동자 피살 사고 등 줄을 이은 참사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오세훈 시장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서울시가 뒷짐 지고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다면 노동조합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실질 경영자’의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 노동자가 살아서 퇴근하지 못하는 참변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 권위주의적 업무지시로 안전사고를 부른 자가 있다면 처벌 받아야 한다. 나아가 불행과 비극의 쳇바퀴를 돌릴 대규모 인력감축 구조조정 계획부터 철회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삼십 년 지하철에 피땀 바쳐 일하다 순직한 고인에 대한 도리다.
2024년 6월 10일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