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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입 좀 다물라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2022.06.24

기레기 울어예는 

최악의 재정위기에 처한 서울교통공사를 두고‘막 던지는’수준의 언론보도가 꼬리를 물고 있다. 최근 한 보수 경제지는 공사가 재정난 해소책으로 신규채용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며‘임금삭감이나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자구안이 없는 밥그릇 사수’라고 덧붙였다. 노동자들의‘밥그릇’이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라는 듯 쏘아붙이는 꼴이다. 또 다른 종편 언론사는‘월급 못 줄 형편의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성과급으로 1,700억을 지급했다’며‘국민 눈높이를 무시한 행태’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공기업의 평가급을 민간기업의 성과 보너스로 여기는 무개념은 여전히 반복된다.
‘공기업 철밥통 때리기’가 팔아먹기 좋은 뉴스감이라고는 하지만 이들 보도엔 그저 악의적인 의도만 읽힐 뿐이다. 1조 원대로 치솟은 적자에 경악하면서도 코로나 재난이 덮친 공공교통기관의 현실은 들여다보지 않는다. 적자 해결을 위해 직원들부터 고통분담하라고 윽박지를 뿐, 재정난을 초래한 원인에는 애써 눈감는다. 

시민의 일상과 안전에 가장 밀접한 도시철도 지원엔 왜 이토록 인색한지, 세계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도시철도에 긴급 지원에 쏟아내고 있는데 유독 한국 지하철만 방치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지, 만성 재정난의 원인인 공익서비스 비용에 대한 지원책이 전무한 이유는 무엇인지, 재정난이 초래할 안전 부실 문제는 무엇인지, 이것들이 지금 시급하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물어야 할 걸 묻지 않고‘구조조정 자구책’을 내놔란 악다구니만 해대고 있으니 언론 공해(公害)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한심한‘상전 행세’ 

한술 더 뜨는 건 시의회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4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서울교통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일부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정진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개정 조례안은‘서울시장이 공사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경비 절감, 부채 감축 등 경영 개선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공사 사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지체없이 이에 따르도록’명시했다. 서울시장이 경영개선 요구를 꺼내 들 수 있는 요건으로 ▲3개 사업연도 이상 계속하여 당기 순손실이 발생한 경우 ▲특별한 사유 없이 영업수익이 현저하게 감소한 경우 ▲경영 여건상 사업 규모의 축소, 법인의 청산 또는 민영화 등 경영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인력 및 조직관리가 비효율적인 경우 ▲재무구조가 불건전한 경우 ▲기타 시장이 경영 개선 요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이다. 

기관장을 다그쳐 경영효율화를 압박해보자는 의도로 보인다. 요란하지만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현행 지방공기업법에도 기관장은‘경영 개선 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임기 중 해임될 수 있다. 기관장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공공기관을 수익과 효율지상주의로 내몬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대목이다.
문제는 시의회도 재정위기의 본질을 보지 않고‘공공기관 때리기’에 편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의 공복이라 자처하는 시의원들의 해법이 고작 군기잡기 놀음이란 말인가. 시의회는 공익서비스비용 국비지원 법제화에 얼마나 발 벗고 나섰는지 돌아보는 게 도리다. 시의회나 국회 모두 집권당이 독식하다시피 장악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뻔뻔한‘책임 전가’ 

서울시는 올해 1월부터 서울교통공사와‘재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장 교체 후 관련 업무보고가 이뤄졌지만 아직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교섭 석상에서 노조 측이 자구책을 거론한 언론보도를 추궁하자 공사는‘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도 있다’며 차기 본교섭에 공식 계획을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일단 1조4천억 대의 공사채 발행과 시 보조금 교부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또 재정확보 대책과 관련해‘원인별 책임 주체’를 명시해‘분담’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무임손실 지원은 정부 △환승손실은 서울시 △코로나 손실 등 특별손실은 정부·시·공사 3자 분담 △비용 대비 수입 손실은 공사 책임이라는 게 골자다. 공사에 권고한 자구방안은 인력·인건비 감축, 수익 창출 등이다.

무임수송 비용지원은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환승손실 비용은 요금인상 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결론이라면 하나 마나 한 소릴 늘어놓고 운영기관에‘고통분담 보따리’만 떠넘기는 셈이다. 무슨 낯짝으로 자구책 운운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쯤 되면 노동자에 대한 뻔뻔한 도발에 다름 아니다. 
노동조합은‘기존 단체협약과 노동조건을 침해하는 자구책은 용납할 수 없으며, 일방 강행 시 파국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재정 파탄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얄팍한 궁리는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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