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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급제,‘시한폭탄’되나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2020.12.04

직무급제,‘시한폭탄’되나  


정부“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 추진”발표

일방 추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 작업이 본격화 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 11월 25일“직무가치가 임금에 반영되는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고 발표하며 이의 추진을 공식화했다. 임금체계 일방 개편 저지를 위해 공동대응해 오던 양대노총의 공조는 끝까지 가지 못했다. 정부는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조만의 반쪽 합의를 얻어 임금체계 개편에 날개를 달았다. 주요 언론들은‘철밥통 호봉제를 없애고 내년부터 직무급제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날개 단 기재부 주도‘직무급제’도입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의 일방 추진을 즉각 규탄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다수 공공기관 노조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밀실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공공기관에 누적되어 온 임금 격차 해소’와‘노정 간 임금 교섭구조 마련’이라는 원칙이 실종된 채 오로지 기재부가 주도하는 직무급제 도입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개별 공공기관 노사합의를 통해 자율적·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합의를 들어 일방 추진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하나마나한 변명이다. 

자율 추진이라더니‘경영평가 반영’꼼수

기재부는 최근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구체적인 지표를 통해 평가하겠다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을 심의 의결했다. 내년부터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별도의 경영평가 항목으로 격상하여 2점을 배정한 것이다. 이행이 미진할 경우 경영평가 점수가 하위를 맴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노조의 팔을 비틀어서라도 임금체계 개편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박근혜 정권 당시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등을 앞세워 경영평가에 반영한다고 압박했던 사례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합의 주체들은‘일방 강제하지 않도록 제동장치를 두었다’고 해명했지만 내년 임금협상부터 직무급제를 둘러싼 갈등이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름만 바꾼‘박근혜표 성과연봉제’

직무급제는 말 그대로 직무의 가치, 난이도, 중요도 등에 따라 임금에 차이를 두는 제도다. 역대 정부와 자본은 연공성이 강한 호봉제를 낮은 생산성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성과형 임금 개편을 집요하게 추진 해왔다. 또한‘더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수행하는 직원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 공정한 것’이란 논리로 포장해왔다. 한편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별을 없앨 대안이라는 억지 주장까지 내세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직무급제는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직무에 따라 갈라 놓고 임금을 차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만든다. 임금수준을 결정할 직무평가는 결국 사용자의 입맛과 줄 세우기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직무급제는 이름만 바꾼‘박근혜 표 성과연봉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신분 차별 식 임금 서열화’공공기관 망친다 

우리 지하철을 보자. 지하철은 기술, 역무, 승무, 차량 등 모든 직무가 연결되어 안전운행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임금 서열화를 위해 직무를 쪼개고 차별을 만들면 협업과 연계가 파괴되고 소통 구조도 사라진다. 성과형 보수체계, 직무급제가 공공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더 중요한 직무’와‘덜 중요한 직무’로 나눠 차별을 고착화하는 임금 결정 방식은 단체교섭 무력화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 나아가 덜 중요한 직무를 비핵심업무로 규정해 외주화, 비정규직화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도 삼을 것이다. 
총인건비 제도 하에서 직무별 임금 서열화 체제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무급제를 일부 도입한 공공기관의 경우 기존 임금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와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 압력에 못이겨 비(非)조합원에게만 직무급을 도입한 사례도 있다.

‘직무급제 강행’둘러싼 노정 충돌 예고      

기존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결점 없는 유일무이한 모델로 볼 수만은 없다. 공공기관 간 임금 격차, 기관 내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격차를 비롯 성과급, 임금피크제 등의 문제점이 널려 있다. 어떤 식으로든 임금체계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노사정 모두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연공형 호봉제를 만악의 근원으로 규정하고 직무급제를 밀어붙이는 건 혼란과 충돌을 야기할 뿐이다.
현재 선거가 진행 중인 공공운수노조의 경우 각 후보 모두 직무급제 저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놓고 있고, 공무원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산별노조들도 대응 채비를 꾸리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공공기관노조는 공동대응을 원칙으로 정부와 후속 논의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노정 협의를 기피하고 있으며 경영평가를 내세운 압박에 기대고 있다. 직무급제가 내년 공공기관 임금협상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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