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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조리원 기고문] 저는 너무 억울해서 잠도 못 이룰 지경입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2018.11.02

아침에 눈을 뜨니 [청년 일자리 약탈]의 주범으로 몰려

저는 97년에 입사해서 21년째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식당조리원]입니다.
소위 말하는 밥하는 아줌마말이죠.
그런데 밥하는 아줌마로 눈길조차 주지 않던 저희에게 요즘 들어 갑자기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관심이 오히려 저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에게 쏟아지고 있는 각종 비난 기사나 글들을 보면 너무나 억울해서 잠을 다 못 이룰 지경입니다.
아무런 욕심도 없이 그저 새벽 같이 출근해서 열심히 설거지하고 밥을 짓고 살아왔는데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니 [청년 일자리를 약탈]하는 흉악범이 되어 있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20여년을 일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 시켜준다고 해서 그냥 그 말을 믿고 따랐을 뿐인데 우리는 사회적 지탄을 받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정규직이 되고 나아진 것이라고는 그냥 [정규직]이라는 간판 밖에는 없는데도 말이죠.

신문을 펼쳐보면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래 해지더군요.
21년째 근무하고 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금 연봉을 다 합쳐봐야 기껏 3,200만원 남짓인데, 신문에는 7,000만원이 넘는 고액 연봉자로 둔갑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기가찰 노릇이랄 수 밖에요. 도대체 그 7,000만원은 무슨 근거로 기사화 했으며, 또 그렇게 받는 [식당조리원]이 있다면 제발 제게도 좀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정규직]에 근무형태를 맞추다보니 오히려 더 노동강도만 높아져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되었다고 좋아하며, ‘이제 나도 어엿한 [정규직 사원]이다라고 생각하며 기뻐했던 것은 잠시뿐이었습니다.
[무기계약직]으로 일할 때는 일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초과 근무 수당이나 휴일 수당이나마 제대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정규직이 되고 나니 주 5일제 근무랍시고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에 끼워 맞추다 보니 초과근무 수당이나 휴일근무 수당을 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 5일제에 맞춰 근무를 변경하다보니까 해야할 일은 예전과 다름없는데 오히려 조별 근무인원은 대폭 줄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시 퇴근은 꿈도 못꾸는게 현실입니다. 초과 근무 수당도 받지 못하고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죠.
휴가는커녕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휴일조차도 서로 옆 사람의 눈치를 보아가며 날짜를 조정해가며 쉬어야하는게 지금 저희가 처해있는 현실입니다.

10년 넘게 같이 땀흘리며 일하던 동료가 채용비리자로 낙인찍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

그리고 무엇보다 억울한 당사자는 또 있습니다.
십 수년 전에 입사해서 여지껏 같이 땀흘리며 일했던 제 친구 이야기입니다.
그 친구는 입사 당시에 [조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면접을 거쳐서 입사했습니다.
당시에 공사에서 [식당 조리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면접을 치루고 모든 절차를 거쳐서 떳떳하게 입사했고 얼마전까지 10년이 넘도록 [비정규직]으로 일해왔습니다.
식기 세척기도 없고, 냉난방 조차도 없던 시절에 한 여름에는 같이 땀 흘려가며, 한 겨울에는 손을 호호 불어가며 같이 일했던 친구인데, 교통공사에 근무하는 친인척이 있다는 이유 한 가지로 하루아침에 [고용세습]으로 특혜를 입은 비리의 당사자가 되어버린 거죠.
십년 넘게 같이 일했던 동료이자, 가족과도 같이 지냈던 친구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미안해하며 제 시선을 외면할때면 그 친구를 이렇게 매도하는 현실에 슬픔을 넘어 울화통이 치밀 정도입니다.
서울교통공사에 친인척이 근무한다는 사실이 잘못된 겁니까?
그동안 [식당 아줌마]라는 오명을 써가며 묵묵히 일해온 사실을 도대체 우리가 왜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고용비리]가 있다면 밝혀지고 처벌받아야 하지만
[친인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건 또 다른 폭력

저도 [고용비리]에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하물며 [고용세습]은 더더구나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에 근무하는 친인척이 있다는 사실 한 가지로 모든 사람들을 비리당사자로 낙인찍는다면 그건 저희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폭력입니다.
같은 일을 하는데 [비정규직]이라고해서 차별받는 현실은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교통공사에 있었던 [비정규직][정규직]으로 전환한건 일자리 약탈이 아니고 오히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알고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식당찬모][밥하는 아줌마]와 같이 저희를 비하하는 말을 삼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정당하게 일하고 월급을 받는 만큼 똑 같은 회사의 직원으로 대우 받아야 합니다.
저희도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 한 사람의 노동자입니다.
부디 일방적으로 매도하지 마시고,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깨끗하고 청렴한 [서울교통공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현실이 너무 억울해서 잠못 이루고 있는 식당조리원이 서울교통공사 직원들께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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